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 디스커버리랩 서울’에서 자율주행 관련 수업이 진행 중인 모습./사진=오문영 기자 |
“우리 팀만의 미니카 이동경로를 만들어보세요.”
지난 16일 오후 찾은 서울 강서구 ‘LG 디스커버리랩 서울’에서는 자율주행에 대한 수업이 한 창이었다. 시작점과 이동 거리를 고정한 채로 장애물 두 개를 배치해 미니카의 이동 경로를 만들어보라는 강사의 지시가 떨어지자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학생들은 팀원과 의견을 나눴고, 보조 강사 두 명이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과제 진행을 도왔다.
처음엔 자율주행 수업이 맞느냔 의문이 생겼지만, 수업을 들으면 들을 수록 이해가 갔다. 이동 경로를 만들고 나더니 미니카를 움직이며 미니카에 탑재된 센서 작동을 확인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학생들로 하여금 바퀴의 회전 정도와 3가지 방향의 거리 센서 결과값을 계산하면 미니카의 이동경로와 지도의 모양을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체득하도록 했다.
AI(인공지능)이 학습해 똑똑해지는 과정을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돕는 수업이었다. 이론을 이해한 뒤에는 체험존으로 이동해 자율주행을 실습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 디스커버리랩 서울’에서 자율주행 관련 수업이 진행 중인 모습./사진=오문영 기자 |
LG디스커버리랩 교육·운영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한혜연 LG연암문화재단 교육사업팀 책임은 “교육의 키워드는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직접 해봄으로써 배운다)”이라며 “인공지능의 학습 과정을 단계별로 이해하는 게 목표다. 인공지능이 막연하게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런 과정을 통해 인공지능이 똑똑한 이유를 이해하고 활용하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광탄중학교 STEAM(스팀) 동아리 위아메이커스 학생들은 수업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직접 AI 기능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느꼈다는 소회를 전했다.
방한결 학생은 “자율주행에 대해 자세히 알게됐고, 수업방식이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밝혔고, 이윤하 학생은 “다음에 또 와서 다른 주제로 수업을 더 듣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강은영 광탄중 기술교사는 “강사분들이 설명도 잘 해주시고 교육공간도 선진적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기존 수업을 토대로 한 심화과정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 디스커버리랩 서울’에서 자율주행 관련 수업이 진행 중인 모습./사진=오문영 기자 |
7년에 걸친 고민…국내 최초 체험형 AI 교육기관 탄생 비화“LG디스커버리랩 서울을 AI 꿈나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양재훈 LG공익재단 대표)
LG디스커버리랩은 30년 넘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과학의 꿈을 키워준 민간 기업 과학관 1호 ‘LG사이언스홀’이 전신이다. 그 시작점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R&D(연구개발) 단지인 사이언스파크를 서울시로부터 분양 받으면서 당시 여의도에 있던 LG사이언스홀의 마곡 이전 역시 결정이 났다. 새로운 시작이 예정되자 교육 개편에 대한 고민도 함께 피어났다.
한혜연 책임은 “기존의 LG사이언스홀이 굉장히 많은 어린이들이 과학을 접하는 좋은 교육기관이었지만, LG가 갖고있는 산업적 기술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과학기술을 전달하기 위해 교육 대상 연령을 중학생으로 높였고, 기존의 전시장 중심 공간은 교육 중심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방향을 크게 잡았다”고 말했다.
LG가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화두였다. 인공지능으로 좁혀보자는 합의가 도출됐고, 특정 엘리트를 대상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교육를 제공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꼭 체험을 통해서 익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생각도 함께였다.
처음있는 시도인 만큼 LG전자, 유플러스, CNS 등 계열시에서 AI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직접 교육 프로그램과 교구 개발·검증 등에 참여해 머리를 맞댔다. 카이스트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등 외부 교육기관으로부터 컨설팅도 숱하게 받았다. 2019년 한 해에만 1000명의 학생들에게 테스트하며 더 좋은 수업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그렇게 LG디스커버리랩 서울은 지난 12일 개관했다.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다.
LG디스커버리랩 서울 전경./사진제공=LG |
교육현장 곳곳에 세심함 돋보여…교육분야 확대·심화과정 개설 등 추진이날 둘러본 LG디스커버리랩 곳곳에서는 지난 7년의 고민을 증명하듯 세심함이 묻어났다. 이를 테면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강사를 연구리더로, 보조 강사를 랩크루 혹은 선임연구원으로 부르고 있던 점이 그렇다. 한 쪽은 가르치고 다른 쪽에서 일방적으로 배운다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과제를 풀어나가는 관계로 느껴졌다.
오로지 교육 만을 위해 LG 계열사들이 합심해 만든 교구들도 단연 돋보였다. 컴퓨터의 비전 인식 기술이 스마트 팩토리의 제조과정에 적용된 예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로봇팔(AI 피킹 로봇)은 LG디스커버리랩의 마스코트로 통한다. 사물 인식을 끝 마칠 때마다 정면을 향해 손을 여러번 흔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공항이나 LG전자 베스트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LG 클로이 가이드봇’도 LG디스커버리랩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한 엔지니어링 모드 전환 등이 가능했다. 조숙경 LG디스커버리랩 강사는 “이곳에 있는 교구들은 다른 곳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인공지능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LG 디스커버리랩에 마련돼 있는 AI 피킹 로봇.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며 물체를 인식하고 있는 모습./사진=오문영 기자 |
(중략)
LG디스커버리랩 서울은 추후 AI휴먼·데이터지능 등 두 분야로 교육을 확대하고 8주 과정의 프로젝트성 심화 교육 프로그램도 추가할 방침이다. 현재 임시 교육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인 LG디스커버리랩 부산(LG사이언스홀 부산 전신)도 내년 1월부터 서울 랩과 동일한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기사 전문보기 :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5025934?type=journali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