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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런던심포니가 문 연 ‘마곡 시대’

서울 마곡 이전 ‘LG아트센터 서울’
조성진-런던심포니 공연으로 ‘첫 발’
1335석 다목적 공연장에 블랙박스 소극장도
‘동시대성’ ‘확장성’ ‘협업’ 키워드로
기획 공연 브랜드 확대 방침

서울 강서구 마곡에 새 둥지를 튼 ‘LG아트센터 서울’이 지난 13일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하는 개관 콘서트로 문을 열었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개관 공연’에 어울리는 화려한 구성

조성진의 연주는 다이내믹했고, 명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사운드는 화려하고 정교했다. 국내 대표적인 민간 공연장인 ‘LG아트센터 서울’이 13일 조성진과 런던심포니의 개관 공연으로 ‘마곡 시대’의 문을 열었다. 22년간 공연장을 운영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을 떠나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새 둥지를 튼 LG아트센터 서울은 그 규모만 기존 역삼 공연장의 2배에 달한다.

이날 공연은 ‘개관 공연’이란 무게감에 걸맞게 지휘자부터 악단, 협연자와 프로그램까지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인 구성으로 마련됐다. 공연 티켓은 오픈 40초 만에 전석 매진됐다. LG아트센터 서울은 당초 개관 기념식과 함께 전석 초청 공연을 열 예정이었으나, 2000년 개관 때부터 ‘초대권 없는 공연장’을 선언했던 운영 원칙을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별도의 개관식 없이 전석 판매로 전환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새 공연장이 첫 선을 보이는 날이었던 만큼 이날 일찌감치 공연장을 찾아 둘러보는 관객들이 많았다. 유려한 곡선으로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타원형 통로 ‘튜브’, 지하철 마곡나루역부터 객석 3층까지 연결하는 100m 길이의 계단 ‘스텝 아트리움’ 등 건축적인 요소가 두드러진 공간에서 전시된 설치 미술 작품을 사진으로 남기는 관객들도 있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LG아트센터 서울의 타원형 통로 ‘튜브’. 개관과 함께 영국의 작가 그룹 ‘스튜디오 스와인’의 설치 미술 작품
‘포그 캐논(Fog Cannon)’이 전시됐다. 튜브의 브릿지에 설치된 8개의 캐논이 공연 전후로 하얀색 증기 고리를 뿜어낸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공연은 바그너의 오페라곡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으로 문을 열었다. 런던심포니의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연주로 출발한 공연은 조성진이 협연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로 한층 달아 올랐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는 격정적인 광시곡으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렸던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의 주제를 차용한 24개의 변주가 이어지는 곡이다. 조성진은 ‘라흐마니노프 만년의 걸작’이라 불리는 이 변화무쌍한 곡을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부드럽고 서정적으로 연주하며 관객을 몰입시켰다. 신들린듯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처럼 다채롭고 화려한 고난도 기교를 보여주면서도 특유의 시적이고 서정적인 색채도 돋보였다. 20여분의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긴 박수로 환호했고, 조성진은 쇼팽의 에튀드 작품10 제12번 ‘혁명’을 앙코르 곡으로 연주하며 화답했다.

런던심포니는 공연 2부에서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과 라벨의 ‘라 발스’, 앙코르 곡으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피날레까지 들려주며 꽉 찬 무대를 완성했다. 래틀은 피날레 연주에서 포르테시시모(fff)에서 피아니시시모(ppp)로 급변하는 다이내믹을 능수능란하게 빚어내며 명성에 걸맞는 무대를 선사했다.

(중략)

경향신문 선명수 기자

조성진·런던심포니가 빚은 매혹적 하모니···‘LG아트센터 서울’ 마곡에서 새 출발